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아직 중국과 중국 이커머스를 잘 모릅니다. 저는 2000년대 초중반 여러 차례 중국 곳곳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보통의 한국인들이 중국을 보는 관점은 아직도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느낍니다. 그 때는 사회 인프라나 문화적으로 낙후된 곳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20년 중국의 발전은 천지개벽할 수준입니다. 특히 중국 안에서도 심천은 이커머스 관점에서 봤을 때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도시라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중국의 이커머스가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저는 2년 넘는 기간 동안 이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이커머스 운영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심천에서 창업했습니다.
심천은 이미 현금, 카드, 메뉴판이 없는 사회입니다. 위챗페이, 알리페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오프라인에는 어차피 사람들이 쓰질 않기 때문에 카드리더기나 현금 없는 가게가 대다수이고 온라인은 한국처럼 쇼핑몰이 간편결제를 도입하는 개념이 아니라 위챗페이/알리페이 생태계에 온라인 쇼핑몰이 입점하는 형태라고 보면 될 정도로 이미 간편결제 침투율이 사실상 100%에 가깝습니다. 이커머스에서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가 결제단계 축소인데 그 결제과정이 이미 물 흐르듯 매끄러운 중국에서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결제 외 단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새벽배송, 로켓배송이 빨라야 다음날 아침 도착인데 비해, 심천의 기준은 30분 내 도착입니다. 신선식품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상품이 택배가 아닌 ‘배달’ 로 30분 내 수령 가능하며, 배송료도 거의 무료에 가까울 만큼 쌉니다. 온/오프라인 연계도 아주 잘 돼 있어서, 지하철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해당 목적지 역 앞의 카페에 커피를 주문해 놓고 즉시 테이크아웃 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한국은 스타벅스 정도나, 그것도 스타벅스 앱을 받아야 이런 쇼핑경험이 가능한 반면 중국의 이커머스 인프라는 개인이 하는 소규모 점포도 전부 스타벅스 수준의 옴니채널 쇼핑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심천에 있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 정부 기관들의 지원 또한 심천 창업을 결정하는데 더욱 큰 확신을 줬습니다. 제가 입주해 있는 사무실부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받고 있으며, 같은 건물에는 코트라 심천무역관도 입주해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국의 대표적인 고도(古都)인 시안(西安)에서 심천으로 최근 이사했는데 이 같은 정부기관의 변화 또한 발전하는 심천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인상공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양한 기관도 심천에 터를 잡고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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